귀하신 몸, 푸얼
차<하>
“우리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둥(广东), 푸젠(福建) 등 각지
소매상에게 파는 가격은 한 병(餠-357g)
당 150 위안(약 2만5000 원)이다. 이들은 여기에 고수차(古樹茶-수백
년 된 차 나무에서 채취한 푸얼 차) 포장지를 씌워 1000~2000
위안씩 받는다.”
윈난(云南)성 푸얼(普洱)의 한 차(茶) 가공무역상이
중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소매상들이 선호하는 고수차는 반장(班章) 혹은 빙다오(氷島)다.
이런 가공무역상들은 농가에서 직접 푸얼 차를 구입해 가공
포장한 뒤 각지 소매상에게 넘기는 게 일반적이다. 직접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춘 가공무역상은 거의 없다고
보면 정확하다. 영업망 유지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출처 : 셔터스톡]
가격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은 경매다. 2년 전부터 푸얼 차 생산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봄 ‘극상품(極上品) 고수차’ 경매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3월의 경우를 보자. 1280년 됐다는 옛 차나무에서 채취했다는 반장 차가 경매에 올랐다.
주최측은 이 차나무를 ‘차왕수(茶王樹)’라고 소개했다. 옛
차나무 가운데서도 으뜸이라는 뜻이다. 차왕수에서 생산된 반장 차
1kg 당 낙찰가는 무려 32만 위안(약 5400만 원)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올 봄에 깨졌다. 차왕수에서 생산된 반장 차 1kg의 낙찰가는 68만 위안(약 1억1500만 원), 차황후(茶皇后)라고 소개된 옛 차나무에서 생산된 반장 차 1kg당 낙찰가는 46만 위안(약 7800만
원)을 기록했다. 천정부지(天井不知)의 기세다.
윈난 린창(临沧)시 판차오지(凡草集)무역유한공사의 리젠슈(李建修) 총경리는
“kg당 수십 만 위안 호가하는 건 확실한 거품이다. 그러나
고수차는 생산량이 부족해 일반 차(茶)인 소수차(小樹茶)에 비해 가격이 월등하게 높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리 총경리는 “고수차의 kg당 가격은 2만 위안(약
340만 원)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출처 : 셔터스톡]
국가 인증 고급 평차사(評茶師)로서, 세계차문화교류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루원다(陆文达)도 최근 중국 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 봄 고수차에서
채취된 첫 반장(班章) 차의 kg당 가격은 평균 2만 위안 수준”이라고
전하고 “반장 인근 마을에서 생산된 푸얼 차 역시 매년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루 부회장은 “그래도 반장 고수차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중국 전체로 보면 차 종류는 넘쳐난다. 그러나 푸얼 차처럼 무서운 기세로 가격이 꾸준하게 폭등하는 경우는 없다. 유독
푸얼 차만 홀로 가격이 뛰는 이유는 뭘까? 루회장의 분석이다.
“푸얼 차는 다른 차와는 다르다. 푸얼 차 특유의 말리고
숙성시키는 과정이 푸얼 차 만의 독특한 발효미를 내기 때문이다. 보관 기간이 길수록 푸얼 차는 향기와
맛, 그리고 목 넘김에서 더욱 오묘한 변화를 낸다. 이런
특징이 바로 푸얼 차의 생명선이다.”
사실 푸얼 차의 급등 현상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중국 경제의 활황에 고급 푸얼 차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겹치면서 푸얼 차 가격의 급등세는 최근 더욱 거세졌다. 이제 누가 푸얼 차 가격 급등의 배후 세력인지를 살펴볼 차례다. “오래 묵은 푸얼 생차(生茶), 그리고 반장 차 같은 전통 있는 지역에서 숙성된 차는 생산량은 적은데 품질은 뛰어나다. 희소하면 자연 비싸지기 마련이다. 이런 물건들은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희귀품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루부회장은 설명했다.
[출처 : 셔터스톡]
명 차의 값을 더욱 치솟게 만드는 요인은 고급 소비층 때문이다. 리 총경리는 “소수 고급 차 애호가들의 경우 차에 대한 요구가 상당히 까다롭다. 생산지, 원료 구매 과정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친환경 여부를 검사하는 건 필수다. 이들은 농약의 잔류량까지 측정하기를 요구한다. 이들의 기호에 부합하도록 만들어진 차는 부르는 게 값이다”라고 소개했다.
또 하나의 요인은 기업 자본의 진출이다. 적지 않은 기업 자본이 푸얼차 생산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푸얼 차의 ‘공업화 생산’이다. 이들은좋은 밭과 차나무를 대량 구매하고, 차 숙성 창고를 조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뜩이나 비싼 차값이 더 비싸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의 참여는 푸얼 차 생산 및 판매 환경을 한층 다양하게 만들었다. 기업들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수집된 차로 하나의 병차(餠茶)를 만든다. 그리고 이를 ‘모듬차(拼配茶)’ 혹은 ‘백가차(百家茶)’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공업식 생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출처 : 셔터스톡]
홍보 활동도 왕성하다. 차 문화 관련 서적을 출판해 푸얼 차를 ‘마실 수 있는 골동품’으로 격상시킨다. 심지어 다이어트나 양생(養生)에 좋다는 점도 역설한다. 자선 경매에도 등장해 불우이웃 돕기나 재해구호 자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이 총경리는 “과거 차상들은 순수하게 고수차위주로 장사를 했다. 그러나 이젠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 소수차(小樹茶)를 고수차와 섞어 순수 고수차인 것처럼 판매한다고 고발했다. 경매에도 속임수는 숨어 있다.
“경매 행위는 잘 짜인 연극이라고 보면 된다. 서로가 밀고 당기며 가격을 끌어올린다. 장내는 후끈 달아오른다. 다른 사람이 덩달아 따라오도록 유인하는 것이다.사상 최고가 낙찰은 사실 철두철미한 사기극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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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푸얼 차 경매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가 익명을 전제로 중국 언론에 털어놓은 말이다. 루 부회장은 푸얼 차 업계의 혼란상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신차주구(新茶做旧)다. 새 차를 오래된 차로 둔갑시키는 행위다. 생산연도 감정 결과도 신뢰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둘째,차 원료의 열악한 품질이다. 소수차 심지어 대만산 차까지 섞어 넣는다. 일반 차를 유명 산지의 차로 둔갑시키는 행위도 포함된다.
셋째, 제다(製茶)기법의 퇴락이다. 전통의 제조법을 버리고 편법을 취한다. 불에 쬐어 말린 차인데 햇볕에 말린 차라고 속이는 식이다. 이런 행위는 푸얼 차의 제조 전통을 깨드리는 행위다. 당연히 장기 보관 할 수도 없다.
[출처 : 셔터스톡]
넷째, 품질검사의 기준이 없다. 이름도 없는 차가 시장에 범람하지만 품질을 검사할 수 있는 공인된 기준이 없다. 루 부회장은 “과도한 값 부풀리기와 판매 마케팅은푸얼차업계를 샛길로이끌어결국시장이기형적으로발전하는결과를낳을뿐”이라고 지적했다.
푸얼차가격이과도하게오르다보니고객들도차맛자체보다는가격에만 관심을 쏟게된다.이렇게되면결국소비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게 되고,이로인해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나면 푸얼차의 가격은 폭락 할 수밖에없다. 이렇게 되면 차 원료 공급원인 농민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게 된다.
결국 해결책은 시스템이다. 과학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과 가격표준 및 품질 검사 표준이 국가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소비자도 달라져야한다. 차를 즐기려면 일단 배워야한다.그래야 제대로 된 차를 고를 수 있고, 속지 않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상인들을 타락의 길로 밀어넣지 않을 수 있으니까.
진세근
서경대문화콘텐츠학부겸임교수
< 원문 출처 >
차이나랩 https://m.blog.naver.com/china_lab/221295263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