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 전공,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 무대에 올려, 북악 스튜디오 전석 매진 등 흥행몰이
조회 수 7946 추천 수 0 2018.05.08 16:52:15
5월 3일(목)부터 5일(토)까지 사흘간 오후 7시 교내 북악관 8층 북악 스튜디오에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 전공 학생들이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란 작품을 리메이크하여 무대에 올렸다. 3차례 이루어진 이번 공연은 현장예매도 자리가 없어 하지 못하고 계단까지 내주어야 할 정도로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6학번 박건호 군이 연출을 맡고, 모델연기 전공의 첫 기수인 1기부터 18학번 새내기인 7기까지 모두 참여해 만든 금번 공연은 수업의 일부가 아닌 학생들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만든 공연이란 점이 특별했다.
서로 직업도 성격도 가치관도 다른 12명의 사람들이 배심원으로서 가정폭력을 당하던 16살 아들이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유죄와 무죄를 판단하는 것이 연극의 주된 내용이다.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소년에게 유죄를 선포하면 그 소년은 전기의자에 앉혀져 사형 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배심원들은 모두 소년의 유죄를 주장하며 5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판결을 서둘러 끝내려 한다. 그러나 11명의 배심원들 앞에서 소년이 무죄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나 소년이 살인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운 여자의 발언을 시작으로 연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처음엔 11대 1, 한 여자와 11명의 배심원들 간의 긴장감 넘치는 신경전이 시작된다. 누가 봐도 당연히 범인이 소년인 상황 속에서 소년이 무죄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그녀가 처음에는 보는 사람이 답답하리만큼 확고하다. 그러나 점점 놓치고 있었던 사소한 상황들, 확실하지 않은 증거, 누군가의 실수 등을 살펴보면서 배심원들과 함께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흔들리게 된다.
열두 명의 모델연기 전공 학생들은 분장만으로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것이 아니라 한명 한명의 행동에서부터 말투까지 정확하게 담아냈다. 혼자서 무죄를 주장하던 여자가 펼쳐나가는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점차 증거들이 확실해지고 선명해지면서 차츰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느새 연극 속에 빠져 들어가 그 상황 속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박건호 군이 이 작품을 고르게 된 계기도 바로 이런 매력 때문이었다. 처음에 ‘12인의 성난 사람들’ 이라는 연극을 보고, 흔히 말하는 ‘마녀 사냥’에 대해 생각해보며 본인도 어떠한 일에 선동되어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성찰을 하였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던 건호 군은 교수님께 연극으로 만들자고 제의하였고, 이처럼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다.
연극을 만든 사람도, 연기를 한 사람도, 연극을 본 관객도 모두 한 마음으로 연극의 의도에 정확하게 부응했다. 모두 연극을 보고 자신을 고찰하고 안 좋게 생각했던 것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해보았다. 제작진은 극중 역할 간의 묘한 심리전이 드러나도록 배우들에게 여러 상황설정을 제안하고 토론하여 연기의 흥미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8번 배심원으로 유일하게 무죄를 주장하는 역할을 연기한 모델연기 전공 14학번 김다송 양은 “연습 할 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내가 잡아내지 못한 부분을 잡아내도록 노력했다. 8번 배심원은 나와는 다르게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는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 이 역할을 동경하며, 다른 캐릭터들이 내 캐릭터를 보았을 때 어떻게 해야 그런 느낌이 나도록 할까 고민하며 연기했다. 나 또한 이렇게 모두가 유죄를 주장할 때, 무죄를 주장한 적이 있었나 크게 고민하게 되는 좋은 작품이었고, 훌륭한 역할을 맡아 영광이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연출을 맡은 16학번 박건호 군은 첫 연출이었음에도 훌륭하게 캐릭터를 이끌어 내었고, 보는 관객들이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갖길 원했던 바람도 이루어졌다. 건호 군은 “연습기간이 다른 연극 팀에 비해 짧았고, 연기를 제대로 접한 것이 처음인 친구들도 많았다. 저도 연출이 처음이어서 다른 연출자가 했더라면 더 많은 것을 배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있다. 그러나 함께 배워가는 계기가 됐을 거라 생각하고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하며 잘 따라와준 배우들과 도와주신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건호 군은 “특히 신지훈, 서종훈 군의 졸업 공연인데 함께 해주어서 고맙고,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고 전하며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을 엿볼 수 있었다.
공연예술학부의 공연은 앞으로도 ‘희한한 한쌍’,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HUB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혹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 바란다.
<홍보실 = 소유진, 김지은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