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익산군(현 익산시) 춘포면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살다 간 이춘기(1906~1991)의 30년 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이복규 교수가 옮긴 ‘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학지사·1만5,000원)’가 그 것.
지난달 18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무형문화학회 학술대회에서 관련 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이복규 교수는 이춘기의 일기를 읽고 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루하루를 금쪽 같이 살다 가신 분의 눈길을 따라 1961년부터 1990년까지 30년의 세월을 여행하고 나니, 마치 또 하나의 인생을 살아낸 것만 같았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이 책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적은 기록정신과 삶에 대한 긍정의 정신이 가득 흐른다.
특히 30년 동안 우리 현대사회에 일어난 흥미로운 세시풍속의 변화상을 상세하게 기록해두고 있어 문화 콘텐츠적인 의의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기에는 세배 문화와 정월대보름의 공동체 의례 등을 비롯해 일생의례와 세시풍속, 여가생활의 양상, 기독교 신앙생활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또 일제 강점기 말의 공출, 3·1운동, 6·25 등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개인의 체험적인 회상은 매우 소중하게 다가온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익산지역의 속담과 관용표현, 방언도 흥미롭다.
여기에 병든 아내가 죽기까지 당사자와 간호하는 가족의 심리 변화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점도 특별하다. 아내가 4개월 여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자 찾아온 그리움과 남겨진 아들 양육의 부담에 대한 어려움까지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노년에 이르러서는 독거노인이 되어 지내는 어려움까지도 여과없이 담아내고 있어 노인문제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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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7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