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시전형이 수천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따라서 학생만 노력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저학년 때부터 부모의 도움과 경제력이 뒷받침이 돼야 좋은 생활기록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입시제도가 복잡할수록 정보력과 경제력이 떨어지는 지방 출신 학생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서울대 통계도 있다. 학생 실력보다 주변환경, 즉 정보력과 경제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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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실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입시에 영향 미쳐
물론 대학 입시에서 지역균형선발이나 사회적 배려자 전형 등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저소득층, 중산층, 상류층으로 구분하는데, 계층간 이동을 결정하는 것이 ‘교육’이다. 물론 최상위 부자로 이동하려면 창업이나 자본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 저소득층도 노력하면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회가 돼야 희망이 있는 공정한 사회로 가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 연구소가 발간한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어렵다’는 내용의 논문은 우리사회에 소득불평등이 얼마나 심화됐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 경제적 환경 요인, 즉 아버지의 직업과 학력이 기회불평등에 영향을 준다. 특히 2001년 10%대였던 기회불평등도가 2014년에는 40%대로 증가했다. 이 말은 최저환경에서 2001년에는 1~2명이 기회불평등으로 피해를 봤다면, 2014년에는 4명 가까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회불평등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돼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결과로 입증된 것이다. 이 논문은 1990년대 초반까지는 공교육 중심의 평준화된 교육체계와 빠른 경제 성장으로 소득불평등 수준은 낮았고, 세대간 계층 상승 기회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후 높은 불평등과 양극화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유행했던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아이의 대학을 결정한다’는 얘기처럼 결국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주변환경인 ‘수저’'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 학력고사 세대(일명 386세대)는 가난해도 공부만 잘하면 명문대학 입학은 물론이고 고시를 통해 누구나 계층이동이 가능했다. 물론 서열화라는 부작용은 있었지만 지금 수시전형처럼 최소한 공정성 논란은 없었다. 또한 지금처럼 수천 가지 입시전형도 없었고,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개천에서 용이 난 사례가 언론의 좋은 기사거리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입시전형은 기회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저학년부터 준비해야 하는 대학입학 전형은 하루하루 생활하기도 빠듯한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에 떡이며, 뒤늦게 철들어 공부한다고 해도 따라가기 어려운 시스템인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계층이동의 기반이 되면서 소득불평등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공부해도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희망이 넘치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복원돼야 하는 이유다.
미국 프린스턴대 앨런 크루거 교수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부자가 된 청년 개츠비(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이름에서 연유한 ‘위대한 개츠비 곡선’' 이론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하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제이 게츠비는 성공의 야망을 품고 육군 장교가 돼 한 여인을 만난다. 그러나 그녀는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면서 개츠비를 떠나고, 개츠비는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아 다시 옛 사랑을 찾지만 상류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모략에 의해 총에 맞아 죽는다는 내용이다.
개츠비가 살던 시대는 경제대공황 직전으로 상위 1%가 미국 전체소득 중 21%를 차지하는 소득 불균형이 극심한 때였다. 개츠비 곡선은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부모의 부(富)가 자식에게 대물림 될 가능성이 높고, 부모가 가난하면 자식도 가난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즉 부모세대의 소득이 자식세대의 소득에 미치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전경 © 시사저널 최준필
개천에서 용 나오려면 공교육 활성화해야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계층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높은 민간 교육비 부담률에서 찾을 수 있다. 매년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수준과 지역에 따라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차이가 무려 8배까지 벌어져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과 지역에 따라 사교육비 자체 격차가 심화되면서 사교육이 계층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교육비 부담비율은 65%이다. 민간비율은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보다 민간 부담률이 3배 가까이 높은데 원인이 있다. 핀란드처럼 복지와 교육 수준 둘 다 높은 나라의 민간 부담률보다는 무려 12배나 높다는 것이다. 무너진 교육 사다리가 복원돼 희망의 상징이 되기 위해 공교육에 활성화 돼야 하는 이유다.
유럽 선진국인 덴마크나 노르웨이처럼 가난한 부모 밑에서도 노력만 하면 계층이동이 가능하게 되려면, ‘공교육’이라는 풍부한 개천이 살아있어야 용(龍)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원문출처 :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17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