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됐다. 탈권위, 소통 행보 등이 비교적 호평 받고 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빠짐없이 임기 초 반짝 인기를 누리다 인사 실패나 측근 비리 등이 터지면서 위기를 겪는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새 대통령이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국정농단 사건에서 되새겨야 할 것들이다.
첫째, 국정농단 사건은 지시받은 사람은 있으나 지시한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또 그런 취지로 지시한 것이 아닌데 이해 혹은 전달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시사항을 명확히 문서로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비서실이나 부처에서 전화나 비공식적으로 오고가는 지시사항까지 투명하게 처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주요 현안일수록 은밀한 곳에서 독대하거나 소수가 결정하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 이런 관행으로 지시 주체가 불분명해지고, 전달 과정에서 내용 역시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인사가 호평은 있으나 추천자까지 밝히지는 않았다. 검찰 개혁이나 세월호 사건 재조사 등을 지시하면서 누구와 어떻게 결정했는지는 여전히 알기 어렵다. 추측과 억측, 가짜뉴스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좀 더 획기적으로 공개해도 좋다.
셋째, 세월호 피해자 파악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효용도 없이 지체만 되는 현상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신속한 대응을 시간 단위로 공개한 것은 전에 비해 향상된 것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미사일 발사와 인지 시점에서 대통령 보고와 사후 조치까지 1시간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만족하긴 어렵다. 외국 사례를 참조하면 보고는 단계별로 하지 않고, 보고 대상자 전원에게 한꺼번에 메일이나 문자 등 통신망으로 신속 보고한다. 단계별로 추가 보완사항이 많지 않으므로 시간 지체를 막기 위함이고, 덧붙이거나 수정할 내용은 추후 처리하는 식이다. 재난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도입을 검토할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기록에 남지 않는 비공식 보고를 선호하는 공무원과 정치인의 관행이다. 화상회의를 기피하고, 전자결재를 하면서도 대면보고를 우선하는 것은 기록에 남기면 안 되는 보고사항이나 특별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권력실세의 관심사항이라거나, 대통령 또는 친인척 등 개인적 지시사항 등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일처리가 능력의 척도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이런 일처리 문화에서는 또다시 오류를 되풀이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정보화 시대에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서나 있음직한 시행착오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대통령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런 관행들이 적폐에 해당될 만큼 뿌리가 깊어서이다. 이런 것들의 개선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국무총리가 오랜 기간 광화문 청사에 근무하면서 공간과 투명성, 혹은 소통과의 연관성은 크지 않다는 것을 이미 증명해 보이고도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일수록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높다.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관련 지표는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새 대통령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어가며, 정말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 지표는 이민 갔던 국민이 다시 돌아와서 살고 싶은 대한민국이 아닐까.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 교수
<원문 출처>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762754&code=11171314&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