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 유담관 뷰티아트센터에서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부인 리산 여사
(가운데)가 서경대 미용예술대학 교수에게 메이크업을 받으며 화장법을 배우고 있다.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 부녀회원 26명은 각각 자신이 원하는 헤어·메이크업 기술을 배우며 K뷰티 체험을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駐韓 中國 大使館 婦女會 西京大學校 訪問 歡迎(주한 중국대사관 부녀회의 서경대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17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 곳곳에 중국어로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오후 2시 30분, 따스한 봄바람 사이로 손님들을 태운 빨간색 대형 리무진 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주한 중국대사관 부녀회원들을 태운 버스였다.
버스 문이 열리자 추궈훙(邱國洪·60) 주한 중국대사의 부인인 리산(李珊·59) 여사가 활짝 웃는 얼굴로 먼저 내렸다. 이어 덩충(鄧경) 중국총영사 및 여성 서기관들을 비롯해 국방무관 부인 등 20∼50대 중국 여성 26명이 뒤를 이었다.
이들의 서경대 방문은 최근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시작을 전후로 중국인 관광객 방한 중단, 한국산 화장품 수입 불허 등 각종 제재를 쏟아내면서 중국과 한국 간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주목됐다.
학교 측은 중국의 외교 귀빈들을 정성스레 맞았다. 실용음악과 학생들은 밴드 연주에 맞춰 이적의 ‘같이 걸을까’와 ‘태양의 후예’ OST로 잘 알려진 거미의 ‘You Are My Everything’ 등을 열창했다. 방문단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부녀회는 한중 수교 후 서울에 중국대사관이 생겼을 때부터 있었던 조직으로 양국 간 문화 및 민간 외교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한중 수교 25주년과 3월 8일 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추진된 것”이라며 “서경대는 뷰티 분야에서 중국인 여성 유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부녀절은 밸런타인데이 이상으로 인기 있는 기념일로 여성을 위한 각종 이벤트 및 선물 주고받기가 이어진다.
리 여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는 여성들이 하늘의 반을 떠받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중국대사관 직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야말로 대사관의 ‘부드러운 힘’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방문단은 이어 서경대의 자랑인 뷰티아트센터로 이동해 미용예술대학 교수 및 강사진들로부터 일대일 K뷰티 메이크업을 받았다. 화장과 헤어 손질이 거듭될 때마다 변해가는 모습에 부녀회원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리 여사는 “눈이 작은 편인데 아이라인 그리는 법을 알려 달라”며 눈썹 그리는 법, 피부색을 밝게 하는 화장법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 부녀회원들은 메이크업을 마친 리 여사에게 “퍄오량(漂亮·예쁘다)”이라고 환호했다. 리 여사는 웃으며 “한국 여성이 출근 전 밥은 안 먹어도 화장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알겠다”며 “일본에서도 (남편이 재직해) 있었는데 그때는 일본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한국의 미용기술이 정말 최고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이어 “K팝과 K뷰티 등 한국 문화의 매력을 더욱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분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한 관계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며 “지난해만 해도 굉장히 관계가 좋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어떻게든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양국 민간이 교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 ‘이사 갈 수 없는(지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 나라”라고 강조했다.
방문단은 이날 3시간 30분 동안 K뷰티 체험에 이어 실용음악학과 뮤지컬학과 수업을 참관하고 전통 무대공연 의상을 입어보는 등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현재 서경대에는 267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있다. 2014년 9월 57명이던 학생 수는 3년 만에 3배로 늘었다. 올해 1학기에만 91명의 신입생이 들어왔다. 구자억 서경대 인성교양대학장은 “학교와 학생 분위기는 사드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여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민간 외교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역을 맡은 미용예술대학 4학년 정가혜 씨(23)는 “중국대사관 관계자들이 직접 와서 문화 교류를 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조금씩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지원 zone@donga.com ·임우선 기자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70317/83381503/1
<관련 기사>
연합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50&oid=098&aid=0002602326
내일신문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31389
한국대학신문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7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