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 정웅석 교수]
최근 주요 이슈 중 하나가 검찰개혁이다. 작년 현직 검사장 뇌물 비리 등 검찰 내부 비리가 연이어 발생하는 등 국민의 신뢰도도 매우 낮다. 외부에서 검찰 비리를 조사해야 한다거나 자의적 검찰권 행사 방지를 위해 시민통제장치를 부가하는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검찰의 공과를 면밀히 따지고, 현 형사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신중히 검토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선진국 사례도 마치 대부분 국가에서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기소권만 행사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다.
독일·프랑스·일본 검찰 모두 검찰이 수사도 하고 수사지휘도 한다. 물론, 각 나라 형사소송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최근 뉴스를 보면, 독일 검찰이 최순실 일가의 자금세탁을 수사한다거나 덴마크 검찰이 정유라의 구속기간 연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인용하였다거나 프랑스 검찰이 르노 배출가스 조작 의혹과 대선 유력후보인 프랑수아 피용의 횡령 혐의를 수사한다는 등의 보도를 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엉뚱한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선진국 검찰이 우리 검찰과 다른 점은 `수사·기소 분리`가 아니라 수사지휘권이 강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경찰의 직무평가를 고등검사장이 하고, 독일은 경찰을 `검찰의 수사요원`이라고 표현할 정도이며, 일본은 경찰의 징계소추권을 검사에게 주고 있다. 결국 수사·기소 분리 주장은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경찰 수사독점`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 나라는 왜 검사의 수사지휘를 강조하는가. 수사는 한번 잘못되면 바로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사의 결론을 최종 결정하는 검사가 경찰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지도·감독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것을 보장해 주기 위해 각국은 다양한 제도를 두고 있다.
작년, 무학산 살인사건에서 경찰은 혐의자를 구속하려 하였으나 검찰의 지휘로 억울함이 밝혀지고 진범이 붙잡혔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수사지휘로 바로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가 어떻게 되든 검사는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 게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독재정권의 인권 탄압을 경험한 이후 다른 나라에 없는 특이한 제도인 영장실질심사제도를 두고 있다.
만일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할 경우, 구속영장실질심사 때 경찰이 들어가 삼성 측 변호사와 법리 다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과연 이것이 타당한가.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수사단계에서 재판에 준하는 심리가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법 체계와 논리적 모순이 발생함을 쉽사리 알 수 있다.
나아가 수사·기소 분리로 인해 검사가 경찰 수사에 관여하지 못한 채 수사기록만 검토하고 재판에 임한다면 중요한 사안에서 피고인 측 변호사와 제대로 법리적 다툼을 벌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분명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충분하고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대선후보들의 입맛에 맞도록 사법제도를 고쳐서는 안 된다.
충분한 논의 없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 후 경찰비리가 발생하면, 수사권을 떼어서 다시 검찰에 가져다줄 것인가? 국회 비리가 만연하다고 하여 국회 권한을 분리해 사법부에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검찰개혁을 위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어설픈 개혁은 비극을 부른다.
[정웅석 서경대 교수·한국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
<원문 출처>
매일경제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7&no=8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