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전규열의 나도 한다! 스타트업(2)
서경대 경영학부에서 벤처창업과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은퇴 후 아무 걱정 없는 편안한 노후생활은 이제 옛말이 됐다. 아무리 노후설계를 잘해도 남은 40년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인 시대가 된 것이다. 평소 자신의 취미나 오랫동안 익혀온 전문성을 살려 창업으로 연결해 성공한 우리 주변 이웃의 창업 성공 이야기가 100세 시대에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에게 희망의 나침반이 됐으면 한다. <편집자>
이제 창업은 20~30대 청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들어 40~50대의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거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내놓은 2017년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자 연령 분포는 40대가 가장 높은 33.8%로 나타났다. 50대가 32.3%, 60대 이상 17.5%, 30대 15.0%, 20대 이하 1.3% 순이었다. 40~50대 비중이 전체의 약 65%를 차지했다. 창업진흥원의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율을 연령대별로 봐도 40대가 30대보다 많고, 50대가 20대를 앞서는 등 40~50대 창업이 확대되고 있다.
중장년층이 창업할 때 1인 창조기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1인 창조기업은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1인 또는 5인 미만의 공동사업자로 상시근로자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1인 창조기업은 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창업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꽃 관련 일 20년 하다 창업한 여상철 대표
오랫동안 쌓은 경험과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한 하이팟 대표 여상철 대표. [사진 전규열]
관련 업종에서 오랫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한 스타트업 중 하이팟의 여상철 대표(56)도 있다. 그는 꽃집 소프트웨어 제작 10년, 꽃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 대표 10년 등 총 20여년을 꽃 관련 일을 하다 창업해 성공했다.
하이팟은 식물과 물고기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어항 ‘아큐팟’이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어항 상단에는 120도 간격으로 3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산소 및 사료 공급과 천연 가습 역할을 한다. 구멍이 뚫린 어린 외관은 실용신안 특허를 받았다. 여 대표는 2015년 2월 기업을 설립해 올해 1월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3년 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이팟에서 만든 아큐팟. 아큐팟은 식물과 물고기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어항이다.
어항 상단에 구멍이 뚫려 있어 산소 및 사료 공급과 천연 가습 역할을 한다. [사진 전규열]
하이팟은 창업 첫해인 2015년 매출 12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 2400만원, 2017년 1억2000만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억원이며 10개국으로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여 대표는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꼽았다. 어항에 들어가는 다양한 품목들을 직접 개발하고 상품화했다. 특히 올해는 어항에 들어가는 산소 공급기를 개발해 수출하게 되면서 매출이 급상승했다.
18년 경력 바탕으로 창업한 이경주 대표
요요인터렉티브의 이경주 대표(43).
이경주 대표는 18년 디자인 경력을 바탕으로 전시관 박물관 쪽에 진출해 성공했다. [사진 전규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잘 아는 분야에 창업해 성공한 스타트업 중에서 요요인터렉티브의 이경주 대표(43)가 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 대표는 대기업 디자인 부서와 중소기업을 거치면서 쌓은 총 18년의 경력을 바탕으로 전시관 박물관 쪽에 진출해 성공한 경우다. 이 대표도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컨설팅과 사무실 지원을 받았다.
요요인터랙티브는 '살아있는 전시', '공감하는 전시'를 만드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기업이다. 전시관, 박물관, 홍보관 등 특별한 문맥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관람객이 느끼는 전시경험 전반을 생각하며 디자인한다. 특히 관람객과 콘텐츠의 상호작용에 집중하고 필요한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다.
전쟁기념관의 어린이 박물관 인터렉티브. 음성인식 센스를 이용한 애국가 따라부르기 코너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를수록 국기를 높이 게양하거나 배경의 무궁화 꽃이 활짝 피게 한다. [사진 전규열]
전쟁기념관의 ‘어린이 박물관 인터렉티브’가 대표적이다. 음성인식 센스를 이용한 애국가 따라부르기 코너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를수록 국기를 높이 게양하거나 배경의 무궁화 꽃이 활짝 피게 한다. 이외에도 독립운동 태극기 흔들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태극기 만들기 등 아이들이 무겁게 느끼는 주제를 스마트기기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를 결합한 교육콘텐츠 등을 지속해서 개발해 게임형 체험을 교육에도 활용하는 융합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정부지원자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오픈마켓 창업을 원하는 50대 이상 장년층이 '상품등록 실습’ 강좌를 듣고있다.
교육을 맡은 강사는 ’젊은 사람들보다 더 꼼꼼하게 따져 묻고 수업태도가 무척 진지하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중장년층은 창업할 때 가장 먼저 정부지원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개인 자금으로 시작해서 잘못되면 개인도 가정도 사회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정부에서 무상자금을 많이 지원한다.
초기에는 창업 관련 자금을 받아 시제품을 개발하고, 추가 개발 자금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 지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전국에 있는 중소 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의 시니어 센터를 방문해 상담하면 된다. 이 센터는 창업 아이디어만 갖고 창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정부 자금이 어떤 게 있고, 정부 자금을 받으려면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적고, 이 아이템이 타당한지 검증도 도와준다.
또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사업성 검토도 돕는다. 타깃 고객 설정, 시장성, 제품 보완 등 사업성 여부도 도와준다. 단계별로 전문 멘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창업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지역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K 스타트업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여 대표 또한 성북구 시니어 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여러 가지 교육도 받고, 교육 3개월 후에 정부 무상지원금 30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을 고민하는 40~50대 중장년층이라면 시니어창업센터부터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보고 그 사업에 대한 타당성도 검토할 수 있다. 또 회사가 설립되면 목표, 즉 비전을 세우고 창업자금은 정부지원자금을 최대한 활용하자.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는 전시회 등을 활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고자 하는 자세, 즉 마음을 여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jky9618@hanmail.net
< 원문 출처 >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2962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