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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석 서경대학교 물류유통학과 특임교수
아침에 눈을 뜨면 트럼프 관세 폭탄을 주목하게 된다. 어디까지 갔는지 또 뭐라고 했는지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지 그것부터 궁금해진다. 트럼프 2기에 접어들면서 막가파식의 관세 폭탄 투하 발언으로 우리나라는 풍전등화 신세다.
이런 시기에 최근 걱정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현대제철이 지난 2월24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의 핵심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직장을 폐쇄했다. 3월12일 사측이 폐쇄를 해제하고, 다음날 노조도 파업 중단과 임금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못 찾고 결렬됐다. 노조는 다시 파업을 재개한 상황이다. 주된 요구가 계열사인 현대차·기아 수준의 성과급을 달라는 것이다. 10조 원 규모의 제철소 건설 등 대규모 미국 투자를 검토 중인 현대제철은 이런 상황 변화 속에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어려울 때는 양보와 협력으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폐업만은 절대 피해야 한다.
최근 철강업계는 국내 건설업 불황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공습도 현대제철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3월12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결정하면서 수출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관세를 어떻게 피해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머리가 복잡하다. 기업인들은 고환율, 고금리, 고임금, 고물가, 경기침체로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내수 부진의 직격탄으로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의 숫자도 작년 11월과 비교해 2만4000명이 늘었다.
4월2일부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도 관세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 참모들은 한국을 콕 집어 대미 비관세장벽을 당장 없애야 한다며 무역적자 한국 책임론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인천의 주력 산업은 철강,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등인데 이들 모두 수출 비중이 높다. 만일 관세 폭탄을 피해 인천 대기업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다면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되고 투자와 일자리도 감소할 것이다.
제조업체들이 빠져나가면 공장이 들어섰던 지역은 경기 침체를 겪게 된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던 소규모 협력업체들의 타격은 더 크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해외로 해외로 나갈 생각 뿐이다. 이러다가는 한국 전체가 러스트 벨트가 되고 만다.
GM부평공장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과 맞물린 데다 전기차를 포함한 신규 생산 계획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GM이 약속한 한국GM 10년 유지 기간이 2027년에 종료된다는 점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GM 판매 차량의 미국 비중은 88.2%다. 관세가 부과되면 시장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쉐보레 자동차로 가득했던 군산공장은 현재 공터로 남아 도시 전체의 활력이 사라졌다. 2017년 벌어졌던 한국GM의 ‘강대강’ 노조는 근로자·회사·지역 사회 모두에 큰 상처를 남겼고 결국 공장은 폐쇄되었다. 그 상처는 몇 년이 지나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는 것을 군산에서 이미 배웠다.
우리는 지금 설상가상 형국이다. 한국의 러스트 벨트화를 막기 위해선 대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제조시설을 한국에 남겨두는 게 유리하다. 치열한 연구개발(R&D)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하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부도 기업들의 국내 생산을 도울 수 있게 세제 혜택을 포함한 여러 가지 과감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목전에 닥친 경제위기가 해결되도록 정치권의 관심과 분발을 촉구한다.
/김광석 서경대학교 물류유통학과 특임교수
<원문출처>
인천일보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