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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안중근,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1).jpg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

영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대사가 현실적으로 다가와 인상에 크게 남았다. 이토 역의 배우 릴리 프랭키가 감정을 절제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 대사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한국을 대하기 쉽지 않다’는 뜻으로 던진 말이다.

이는 그 당시는 물론 현재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오늘도 젊은 청년부터 나이 많은 사람들까지 각자 나라를 걱정하며 거리에 나와 있다.

다시 만난 안중근,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2).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적어도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국가를 만들어 나갈 당시에는 비슷했을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 사람들이 많았다. 이토도 한국인들에겐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침략 역사를 상징하는 존재이지만 일본의 근대화 초기에는 그런 인물 중 하나였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안중근이 이토를 사살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막상 일본인인 나는 이토에 대한 지식이 ‘(1963∼1984년) 1000엔권 지폐에 담겼던 수염이 긴 할아버지’ 정도로 빈약했고, 오히려 영화 ‘하얼빈’을 계기로 이들을 둘러싼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우연히 지난해 11월 지인의 장례식으로 일본 야마구치현 하기(萩)시를 다녀왔다. 이곳은 옛 죠슈(長州)번으로 에도막부 말기에 사쓰마(薩摩)번과 함께 메이지 유신의 원동력이 됐던 곳이다. 이 때문에 이토가 13∼27세에 살았던 고택과 그의 스승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 운영한 배움의 학사 쇼카손주쿠(松下村塾) 등 유적지가 많다. 그런데 실제로 가본 학사는 너무 작고 소박했고, 구도심에서 떨어져 하급무사들이 살았던 외곽 지역에 있었다.

이토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하급 무사가 된 뒤 하기에서 요시다를 만났다. 원래는 부패한 막부체제를 비판하고 국왕을 중심으로 외국 세력을 일본에서 추방한다는 ‘존왕양이(尊王攘夷)’ 사상에 경도됐다. 하지만 영국과 유럽을 다녀온 뒤 일본과 유럽 간 국력에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닫고 개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외교 능력과 능통한 영어 실력을 발휘해 1885년 44세의 젊은 나이로 초대 내각총리대신(총리) 자리에 오르고, 1889년에 발포된 일본제국 헌법의 초안을 만드는 등 근대 일본의 초석을 다졌다.

서구의 근대화에 한발 뒤처진 일본은 이를 추종하는 것이 살 길이라 믿고 돌진했다. 아니면 스스로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동양의 평화를 위해 한국을 지키려고 이토를 사살한 안중근, 그리고 일본의 부국강병을 우선으로 한 이토는 각자의 조국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나라를 위했던 인물로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당시에는 군국주의, 제국주의,그리고 식민주의와 분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토는 서구와 대등해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타국을 식민지로 삼는 오류를 저질러 대과(大過)를 지었던 것이다.

며칠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최 중인 ‘안중근 書(서)’ 전시를 보러 갔다. 재판 후 안중근은 뤼순감옥에서 유묵 200여 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유묵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다. 안중근이 감옥에서 만났던 일본인의 후손들이 기증한 유묵들도 포함돼 있었다.

뤼순감옥의 간수 중 지바 도시치(千葉十七)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처음에 이토를 살해한 안중근을 미워했지만 대화를 거듭할수록 공감하게 됐다고 한다. 처형 직전 안중근은 ‘爲國獻身 軍人本分(위국헌신 군인본분·나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이라고 쓴 유묵을 지바에게 주며 “동양에 평화가 오고 한일 우호가 되살아났을 때 다시 태어나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고, 그 후 지바는 평생 안중근을 위해 공양했다. 그렇게 안중근과 소통한 일본인들은 입장이 다를 뿐 모두 입을 모아 “매우 훌륭한 사람이었다”라고 기억했다. 안중근은 한국의 독립을 지키고 동양의 평화를 바랐지, 그저 일본인을 미워했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 ‘하얼빈’은 내게 이토와 안중근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던져줬다. 전시 ‘안중근 書’ 또한 안중근의 학식과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식을 심어 줬다. 영화와 전시가 나의 인식에 새로운 시작을 던져준 셈이다. 이처럼 문화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올해도 좋은 영화와 전시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50114/130863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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