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국방부 청렴국방위원
북한의 러시아 병력 파병으로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수천 ㎞ 떨어진 곳의 전쟁이 발등의 불이 됐다. 북한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같은 민족으로서 통일할 대상이 아닌 무력으로 점령해야 할 적임을 천명했고, 우리나라 역시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제법상 국가 간 파병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허용하고 있어 북한의 참전은 불법이다. 유엔 총회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한 바 있다.
문제는 북한의 참전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자금·식량·에너지 등 많은 것을 얻어 내려 할 텐데 우리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역시 군사 분야다. 고고도 정밀무기와 핵미사일·핵잠수함·정찰위성 등에 필요한 군사기술이 이에 해당한다. 덤으로 현대전 경험까지 얻게 되면 한반도 안보지형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 군으로선 이를 비상하게 받아들여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북 군사정보다. 북한이 이번 참전으로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우리 군도 북한군의 참전현장 정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참전이 길어지면 수많은 사상자 외에도 도망자와 투항자, 포로 발생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전쟁 과정에서 중요한 휴민트 대상이다. 우리 군은 그동안 북한이탈주민이나 귀순 북한 군인을 대상으로 한 유관기관 합동심문에 참여하면서 많은 노하우와 자료를 축적해 왔다. 우크라이나군에는 이런 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협조가 잘 이뤄진다면 그들에게 도움도 되고, 향후 우리가 북한군 전력을 분석하는 데도 소중한 기반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북한군이 어떻게 싸우고 어떤 전투 역량을 쌓아 나가는지를 추적하는 것이다. 북한은 6·25전쟁 이후 실전 경험이 없다. 우리 역시 베트남전 이후 현대전에 참전한 적이 없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볼 때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현대전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만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 우리 유관기관과 유기적 협조로 이를 대북 군사정보 확충의 계기로 삼는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원문출처>
국방일보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41126/1/ATCE_CTGR_0050030000/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