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안보전략연구소장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계속되면서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군은 그 내용물에 위해(危害) 물질은 없어 실질적 위협보다는 심리적 공세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판단하면서, 이를 공중 격추하면 적재물 낙하 또는 유탄에 의한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연 낙하 후 신속히 수거하는 방식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풍선 살포 행태가 통상적인 ‘비례적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와 앤디 림 연구원은 명백한 ‘소프트 테러’라고 경고했다. 지난 5월 28일부터 4일까지 24차례 살포(5600여 개)로 화재 발생(23건) 및 재산 피해(수도권 집계 1억 원 이상)를 비롯해 인천·김포 공항 항공기 회항·복행 등(172대) 국가 기간시설마저 위협하고 있다. 무게나 바람에 따른 비행거리와 낙하지점 등에 대한 실험을 하는 것이라면, 생화학무기 등을 실어 원하는 시간·장소에 공격할 수도 있다. 북한의 생화학 전력은 세계 3위 수준이다.
그동안 정부는 ‘오물풍선’ ‘쓰레기풍선’이라고 해 왔지만, 기폭 장치까지 달아서 날려 보내는 만큼 그 실체를 확실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테러인지 여부부터 따져보자. 현행 테러방지법에서는 테러 행위(5개항)를 열거하면서 네 번째 항목으로 ‘사망·중상해 또는 중대한 물적 손상을 유발하도록 제작되거나 그러한 위력을 가진 생화학·폭발성·소이성(燒夷性) 무기나 장치를 사용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폭넓게 해석하면, 실질적 타격을 가하면서도 주체·원점 추적을 어렵게 하는 국가 주도의 전형적인 회색 테러다.
다음으로, 통합방위법상 ‘적의 침투·도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때 ‘침투’란 적(敵)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한민국 영역을 침범한 상태’를 말하며, ‘도발’이란 역시 같은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를 가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이를 적용할 때 북한의 오물풍선도 침투·도발임이 분명해진다.
지금까지 북한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목함지뢰 매설과 같은 비대칭적 저강도 도발을 지속적으로 자행해 왔음을 미뤄볼 때 오물풍선 테러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북한의 애초 주장처럼 우리 측의 대북 전단에 대한 ‘비례적 대응’ 치고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민간단체의 대대적인 전단 살포는 지난 6월이 마지막이었다. 북한은 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대남 소음 송출로 별도 대응하고 있기도 하다. 저들의 행위를 계속 좌시한다면 더욱 대담한 도발을 자행할 것이며,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이 발생할 소지마저 크다. 7차 핵실험 시도설과 더불어 11월 5일 미국 대선 등을 겨냥한 보여주기 식 또는 판 흔들기용 도발로 활용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행위가 ‘테러이자 침투·도발’임이 명확해진 만큼 단순한 심리공세라는 대응 기조를 벗어나 민·관·군 합동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예상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갖춰야 한다. 북한은 쿠바·이란·시리아와 함께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이다. 유사 테러에 대한 미국 등 해외의 대응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피해 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부터 시급하다. 이와 관련한 민방위기본법 및 테러방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 만큼 조속한 입법이 절실하다.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안보전략연구소장
<원문출처>
문화일보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1004010329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