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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源) 보호는 신원이 공개될 경우 언론에 정보 제공을 꺼리게 돼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취재 윤리다. 이는 휴민트(인간정보)나 데킨트(기술정보)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정보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중 휴민트의 핵심은 비공개된 사람, 즉 에이전트(Agent)로 불리는 첩보원 또는 내부첩자로부터 얻는 기밀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에이전트의 신원 보호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발생한 정보사 기밀 유출 사건에서 놓치고 있는 문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바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정보사의 A군무원이 우리나라 블랙요원의 신상정보가 포함된 기밀자료를 조선족 중국인에게 파일 형태로 전달했는데, 방첩사에서 이를 내사하는 도중에 언론에 노출되었다. 이 과정에서 늑장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서둘러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간첩죄까지 추가해 군 검찰에 이첩하였지만 간첩죄는 제외된 채 최종 기소되었다.

[열린마당] 정보사 기밀유출과 정보원 노출.jpg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이는 간첩 혐의가 의심되지만 입증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간첩 사건에는 증거 수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수미 테리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간첩죄가 아닌데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0년씩이나 이를 추적하였다. 그만큼 증거 수집이 어렵고 또 모든 증거를 다 수집하고 나서도 증거 인멸이 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안 사범이나 디지털 범죄 같은 경우 그 특성상 내사 단계에서 증거 확보가 중요하고 이후 철저한 보안 조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아마추어식 수사 과정에서 먼저 노출되어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보사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해당 블랙요원들을 서둘러 귀국시키는 등 긴급 조치를 하였다지만, 그동안 우리와 관계를 맺은 현지의 에이전트나 협조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보호조치를 할 겨를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수미 테리 사건 이상으로 우리 정보기관의 신뢰를 상실하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 볼 때 이를 언론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결국 수사 기밀을 유출한 쪽의 책임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초에 어떻게 해서 1차 범증을 확보했는지다. 처음에는 ‘어떤 경로’를 통해 찾아냈다고 하다가 우리 정보기관의 해커, 최종적으로는 국정원이 추적한 북한 네트워크가 출처(Source)라고까지 공개되었다. 대공수사권이 없어진 국정원이 방첩사에 통보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보호하지 못한 것 역시 치명적 보안 사고다. 정보원(源) 보호는 휴민트 못지않게 데킨트에서도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국정원의 테킨트 활동 방식이 만천하에 공개됨에 따라 상대는 이에 대한 방책을 마련했을 테고 이로 인한 손해는 온전히 국가와 국민 몫이다.

정보사 사건을 계기로 간첩죄 개정이나 국정원 수사권 복원 등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신냉전 시대 도래와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특수한 안보 상황에서 첩보전쟁의 상대는 북한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을 둘러싼 많은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 처리에서 수사 기밀이나 정보원(源) 유출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 유사 사례에 대비한 보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소를 계속 키울 수 있다.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원문출처>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911515636?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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