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발생한 9·11 테러는 탈냉전 이후 기존 안보위협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꾼 사건이다. 지난 20년 동안 국제사회가 테러 근절을 위해 합심해 노력한 결과 9·11 테러를 주동한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 알 카에다의 핵심세력은 약화했으나, 그 연계세력(Al-Qaeda affiliated group)이 확산하고 자생적(homegrown) 테러리스트가 증가하는 등 테러 위협은 여전하다.
2003년 알 카에다의 이라크 내 하부조직으로 출발한 IS(Islamic State) 역시 ‘테러와의 전쟁’으로 지역 기반을 상실했지만 아직까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의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축출됐던 탈레반이 2021년 8월 다시 정권을 장악하면서 또 다른 테러 역사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족·종교 간 대립·갈등이 거의 없고 비교적 안정적인 치안상태와 낮은 사회갈등 수준 덕분에 다른 나라보다는 테러 정세가 안정돼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지속적으로 자행돼 온 북한에 의한 테러 가능성은 상존한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사회 양극화 및 경제난 등으로 이른바 한국형 ‘외로운 늑대’에 의한 자생적 테러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해외 여행자나 해외 주재 외교관 및 상사원·기업인 또는 우리 국적 선박이나 항공기에 대한 테러도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16년 3월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약칭 테러방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에 규정된 테러단체는 유엔에서 지정한 테러단체로 제한돼 있어 북한 테러분자에 의한 침투 도발 행위를 이 법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군 병력 동원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침투 도발 행위의 경우 통합방위법상 즉각적인 교전이 허용되는 데 반해, 통상적인 테러 행위의 경우 군사시설 안에서 발생하거나 경찰력의 한계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해 요청하는 상황에서만 경찰의 대테러 작전을 지원하도록 제한돼 있다. 하지만 테러가 최초 발생할 당시에는 국제테러분자에 의한 테러 행위인지, 북한의 도발인지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북한과 국제테러분자의 연계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으로 볼 때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북한에 의한 테러 또는 북한과 연계된 테러로 봐야 한다. 국제테러분자에 의한 테러 피해 역시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는 점에서 어떤 형태의 테러이든 군의 적극적 대응이 중요하다. 실제 테러 발생 시 주체가 누구인지 가릴 겨를이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통합방위법과 테러방지법 간의 상충되는 부분을 해결하는 등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
다음으로 테러 수단이 더욱 첨단화하고 있는 점이다. 2019년 9월 10여 대의 드론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콰이크의 정유시설과 쿠라이스의 원유생산기지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이에 따른 기술발전으로 테러범이 현장에 위치하지 않고도 대상 목표를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드론 이외에도 로봇,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신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생활의 편리함 못지않게 유사시 군사적 공격 용도로 활용될 소지가 있는 기술들이다. 더구나 이들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상호보완적 기능을 갖고 있어서 어느 기술이 테러수단으로 이용될지 특정하기가 어렵고 대응에 한계가 있다. 대응 수단이 계속 개발되고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 활용되기까지 짧게는 수년에서 십수년이 걸리는 상황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더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절실한 이유다.
<원문출처>
국방일보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1206/1/BBSMSTR_000000010052/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