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 당선소감
2015년 봄으로 기억합니다. 아내가 수락산 둘레길에서 본 바위 사진을 하나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 바위, 거인 손자국 같지 않아?”
번쩍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신이 나서 들려주었고, 아내는 글로 써보라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거인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극이 됐습니다.
저는 아내 덕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절망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아내는 저를 또 놀라게 했습니다. 작년 초,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우리 둘이 각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자. 노후 걱정은 접어두고, 한 해 한 해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면서 살아가자.” 그렇게 한 해를 저는 작가로, 아내는 공연기획자로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어찌어찌 살아냈습니다. 살아남은 것도 기쁨인데 두 번째 해를 맞는 첫날을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축복으로 시작하게 됐네요.
누구보다 기뻐하셨을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 날로 예뻐지시는 어머니, 묵묵히 지지해주시는 장인·장모님, 저를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사랑하는 아내, 동심의 원천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준이, 네 글이 최고라며 자존감을 가득 채워주는 누나들, 동심의 길로 이끌어주신 동화세상 선배 작가님들, 33기 동기들 사랑합니다. 걸어가는 길마다 손잡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첫 마음 잊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정승진씨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경대 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아동·청소년 극 작가로 활동 중이다.
<원문출처>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10401033212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