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는 이태원 곳곳을 무대로 한다. 포차 '단밤'은 녹사평역 앞 언덕의 가게를 빌려 촬영했다.
‘이태원 클라쓰’ 오수아(권나라)의 대사를 빌리자면 이태원은 대략 이런 세계다. “해외여행 온 듯 착각하게 하는 예쁜 건물들” “세계 각국 다양한 인종” “세계를 압축해놓은 듯한 거리” “자유로운 사람들”…. 문자 그대로 클라쓰가 남다르다. 박새로이(박서준)의 포차 ‘단밤’을 찾아서 이태원을 다녀왔다. TV 속 이태원 거리와 가게들, 실제론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9가지 궁금증으로 풀어봤다.
①이태원에 웬 포차?
이태원은 낮보다 밤이 화려하다. 수많은 술집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장면은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서 촬영했다. [JTBC]
‘이태원’하면 어떤 가게가 생각나시는가. 각국 전문 식당부터 떠오른다면 어쩔 수 없는 ‘아재’거나, 이태원에서 놀아본 지 오래된 사람이다. 이태원 대세는 포차가 된 지 오래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흔히 해밀턴호텔 뒷골목으로 통하는 곳이다.
이름이 무색하게도 요즘은 이국적인 가게보다, 포차나 클럽이 더 많다.
주인공 새로이는 물론, 요식업계 큰손인 장가 그룹도 이태원에서 포차를 운영한다. 다분히 현실적인 설정이다. 이태원 최고의 번화가로 통하는 ‘세계음식거리(해밀턴호텔 뒷골목)’의 변화만 봐도 이유를 알만하다. 세계음식거리는 300미터가량의 골목에 각국 스타일의 레스토랑과 바, 카페 등이 집결해 붙은 이름이다. 한데 요즘 거리엔 이국적인 음식점보다 포차나 클럽이 더 많이 보인다. 이태원이 떠들썩한 관광지가 되면서, 우후죽순으로 새 가게가 들어서면서 골목의 특색이 많이 사라졌다.
이 거리에서 타이 음식점을 운영했던 방송인 홍석천은 최근 "구청에서 명명한 세계음식거리라는 이름은 이제 포차거리라고 이름을 바꿔야 할 듯하다. 골목은 그렇게 변한다"고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과거의 풍경을 아는 이들에게 세계음식거리의 변화는 씁쓸하다.
②‘단밤’은 어디에 있을까?
'단밤' 포차 외관을 촬영한 이태원 녹사평역 인근의 술집 '서울밤(현재는 리모델링 중이다)' .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녹사평역(6호선) 육교 옆 언덕길.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새로이와 친구들이 거닐던 골목 장면 대부분을 여기서 촬영했다. 해밀턴호텔 뒷골목에 비하면 인적이 적어 촬영지로 적합한 곳이다. 그 길모퉁이에 새로이가 차린 술집 ‘단밤’이 있다. 아니 있었다. 지금은 빈 가게다. 드라마에 나온 ‘단밤’ 간판을 떼고, ‘서울밤’이란 술집으로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아직 오픈 전인데도 인증사진을 찍으러 많이 찾아온다. 이제 박서준은 없지만 간판 흔적, 벽화 등을 그대로 살릴 꾸밀 계획”이라고 김진성 대표는 말한다. 가게 앞에서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어도 되지만, 박서준 따라하겠다고 맘대로 옥상에 올라가선 곤란하다.
③이제 이태원에는 ‘단밤’이 없다?
해방촌(후암동)의 카페 겸 바 '오리올'이 두번째 '단밤' 가게로 등장한다.
8회 끝자락, 새로이는 경리단길의 3층 건물을 매입해 ‘단밤’을 이전한다. 눈썰미 있는 사람은 알아차렸겠지만, 이태원동엔 이런 가게가 없다. ‘단밤’으로 나온 집은 후암동에 있는 카페 겸 바 ‘오리올’이다. 가수 정엽이 2015년 문을 열어 해방촌의 유행을 이끈 가게로 유명하다.
④이태원에서만 찍은 게 아니었다?
‘이태원 클라쓰’에는 버스와 정류장이 유독 많이 나온다. 숱하게 등장하는 경리단길 버스 정류장은 사실 다른 동네에 있다.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정문 앞 버스 정류장(정류장 번호:08800)이다. 도로 너머로 수많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들어선 모습이 보이는데, 흡사 경리단길에서 보는 풍경과 닮았다. 새로이가 오수아에게 “네가 더는 힘들지 않게, 장가 내가 끝내줄게”라고 고백하던 장면을 여기서 찍었다. 드라마 등장하는 76번 버스도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다.
⑤‘단밤’ 말고 ‘꿀밤’도 있다는데?
원작자이며, 이번 드라마를 집필한 조광진 작가가 운영하는 술집이 이태원에 있다. 이태원역 근방의 ‘꿀밤’이다. 사실 원작에서 새로이가 차렸던 가게 이름은 ‘단밤’이 아니라 ‘꿀밤’이었다. 가게 안팎이 원작 웹툰의 캐릭터로 꾸며져 있어, ‘이태원 클라쓰’ 팬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 하다. ‘단밤’의 대표 메뉴였던 순두부찌개‧숙주삼겹볶음 세트(2만8000원)가 이곳에서도 인기다. 드라마 방영 후 부쩍 손님이 늘었다. 줄을 설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⑥입맞춤한 곳은 어디였을까?
이태원 경리단길의 루프탑 칵테일바 '더 파이니스트'. 서울타워가 내다보이는 시원한 경치 덕에 명소가 됐다.
'이태원 클라쓰'에서 조이서가 잠든 박새로이에게 입맞춤하던 장소다.
경리단길 중턱의 칵테일바 ‘더 파이니스트’다. 경리단길은 비좁은 비탈길이지만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가게가 많다. ‘더 파이니스트’ 역시 그렇다. 거칠 것 없는 루프탑을 갖춰 해 질 녘부터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이곳에서 새로이와 조이서(김다미)가 처음 입을 맞췄다.
⑦이태원은 고시원도 힙하다?
장근수(김동희)가 살던 보광고시원은 이태원 'G게스트하우스'에서 촬영했다.
우사단로 골목 안쪽으로 들면 낯익은 계단과 건물을 찾을 수 있다. 극 초반 이서가 구청장 아내의 뺨을 치던 장소다. 이곳에서 이서와 새로이가 처음으로 마주친다. TV에선 전망 좋은 옥상을 갖춘 세련된 고시원으로 나오는데, 사실 일대에서 꽤나 유명한 게스트하우스다. 밤이면 계단 위 옥상에서 파티를 즐기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이태원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⑧촬영지 투어하려면?
이태원 녹사평육교에서 본 서울타워와 해방촌, 그리고 녹사평대로의 모습.
녹사평 바로 앞에 육교가 있다.
주요 촬영지를 엮으면 그럴듯한 ‘S’자형 걷기길이 이어진다. 경리단길~이태원 어린이 공원~녹사평역 언덕길~세계음식거리~우사단로에 이르는 대략 2.5㎞ 길이다. 1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본다. 오르막길을 피하려면 경리단길에서 출발하는 편이 낫다.
⑨이태원도 사람이 많이 줄었다는데?
그래도 이태원은 이태원이다. 해밀턴 호텔 뒷골목은 요즘도 밤마다 인파가 몰린다. 참고로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2019’에 따르면, 전국에서 카카오택시 탑승량이 가장 많은 곳이 이태원역(6호선)이다. 피크 타임은 새벽 2시. 그만큼 밤늦도록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원문 출처>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723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