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포일락(季布一諾)이란 약속한 이상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킨다는 의미로 초(楚)나라 장수이자 한(漢)나라의 장수였던 계포(季布)의 신실성에 유래한 고사성어다.
현(現) 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AMFOC) 위원ㆍ한국모델컨텐츠학회ㆍ한국모델협회 이사인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 강신 교수(학부장)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기도 하다. 톱모델 출신인 강신 교수의 행적을 추적하다 보면 단 한 가지로 귀착됨을 발견하게 된다. ‘신의(信義)’, 자신이 믿는 모델의 길에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 <그 겨울의 찻집>같은 울림이 있는 사람
서경대학교에는 사제 간의 끈끈한 정이 있다. 12월 모델연기전공 교수진과
재학생이 마련한 작은 졸업식 현장에서의 강신 교수, 옆은 김태연 교수.
지난해 12월 둘째 주, 잠든 솔잎을 흔드는 겨울의 길목에서 찾아간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캠퍼스. 강신 교수를 기다리는 동안 이곳에서 만난 모델연기전공 재학생들의 스승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강신 교수님요?! 친근한 장난꾸러기 삼촌 같아요.”
“상담을 잘해주세요. 연애 빼고요~”
이 말에 동의하듯 “맞아, 맞아 ㅋㅋㅋㅋ”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맞장구치는 재학생들, 이 같은 캐처 볼(대화)를 듣는 새 저도 모르게 입가에 엷은 미소가 감돈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이 강신이란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목소리에는 따뜻함과 그리움이 배어있다는 것을.
“언제나 진심 어린 공감을 갖고 진로와 인생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모델연기전공 16학번 이규헌 군의 말을 듣자니, 시시때때로 변하는 가치관의 사이를 지나면서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사제지간의 신뢰를 깨닫게 된다.
떠올려보면 기자가 강신 교수를 처음 만난 순간도 그랬다. 지난해 12월3일 서경대 워킹연습실에서는 예술종합평생교육원 모델학전공 졸업예정생(졸업생)들을 위한 작은 졸업식이 열렸다. 정식 졸업식은 올해 2월이지만, 교수진과 재학생들이 마련한 이벤트였다.
당시 강신 교수와 같은 전공의 김태연 교수는 “화려하고 재미있는 감동적인 환송회 시간을 마련해주지 못했지만, 졸업생들에 대한 감사와 아쉬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참 담백하게 부르는 <그 겨울의 찻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말로 감동먹은 순간이었다.
■ 가난뱅이 대학생에게 사랑이란…
365일 연중 무휴 알바에 버거운 가난한 대학생 시절,
그에게 사랑은 깊은 들숨과 함께 잊어버려야할 사치였다.
강신 교수는 1970년 7월25일 경남 의령 2남 3녀중 차남으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 청담동으로 이사왔다. 사는 동네와 세련된 그의 외모 탓인지 부자로 오해를 받곤 했다.
“처음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집안이 그렇게 가난한 것은 아니었지만, 넉넉한 살림도 아니었기에 대학교부터 대학원 졸업할 때까지 쭉 제힘으로 용돈과 학비를 벌었죠.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대학의 벽보를 살펴보고 업체에 전화하는 것이 일상이었죠. 사랑이요? 물론 좋아했고, 좋아해 줬던 여성도 있었습니다.”
일용직, 이삿짐센터, 출장 뷔페. 커피숍, 바텐더, 호프집 알바, 웨이터 등 365일 연중무휴였던 그에게 있어 연애는 사치였다. 그래서일까 그가 내뱉는 무심 어린 말 마디마디에는 청춘이란 미궁의 십자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신호를 받지도 보낼 수도 없던 마음을, 흔적없이 태워버린 상흔이 남아있다.
“소개팅도 나가고, 마음 가는 여성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한번은 여자친구가 강신 교수에게 당시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던 미국의 피자체인 전문점 피자인을 가자고 졸랐다. 호주머니에는 만원짜리 한 장이 꼬깃꼬깃 있었을 뿐이었지만, 웬일인지 그는 “그래, 가자”라고 호기를 부려본다.
과연 평소 도시락을 싸들고 웬만한 서울 지역은 걸어서 다니던 가난뱅이 대학생으로선 무리수였다. 몇만 원의 계산비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여자친구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학생증을 계산대에게 맡기고 집을 향해 뛰었다. 난생처음으로 용돈 외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온몸이 흠뻑 젖도록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여자친구는 떠나고 없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나중에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죠. 깊은 들숨과 함께 잊어버리는 연습을 하게 된거죠.”
이후 군대를 가고, 돈을 벌고, 휴학을 하고, 학업을 반복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강신 교수는 20대의 끝자락에 서게 된다.
■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
강신 교수의 삶은 노력과 노력의 연속이었다. 그 숨가쁜 달음박질의 여정은 톱모델로서,
존경받는 스승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강신을 아로새기고 있다.
“고생이 쌓이다 보니 평범하게 살기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줄곧 의미 있는 인생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는 길을 가는데 청담 갤러리아에서 패션쇼를 구경하게 됐어요. 모델들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과 박수갈채가 이어지는 것이 어찌 그리 멋지던지…”
강신 교수는 당시 새벽에 신문 배달을 병행하고 있었다.
“신문지에 전단지를 넣는데 모델아카데미 수강생을 모집하는 광고를 봤죠. 돈도 벌고 멋도 부리고 1석2조란 생각이 들었죠.”
그는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모델아카데미 수강을 신청한다. 이렇게 그의 모델 인생은 시작됐다.
강신 교수는 1995년 런웨이에 데뷔했다.
“데뷔 패션쇼였던 장광효 디자이너 컬렉션에서 NO팬티로 무대에 오르는 아찔한 경험은 아직도 잊지 못해요. 당시 현장을 모 패션잡지에서 취재해 전라의 뒷모습이 잡지에 노출되기도 했죠. 당시에는 학업과 모델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그때 학업을 포기했더라면 지금과 전혀 다른 삶고 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끝내 단국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해 명지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교육학 석사, 호서대학교 벤처전문대학원 정보경영학과에서 문화콘텐츠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186cm 70kg 초반의 세련된 훈남형 마스크를 앞세워 SFAA, SIFAC, NWS, TRUSSARDI의 패션쇼 무대에 섰고, 패션매거진 , , , , ,의 표지를 장식했다.
현대해상, 이건창호, 우리은행, 트레비스, KTF, 세종증권, LG기업 PR 등 방송CF광고에도 다수출연했다.
2001년부터 교단에서 서 국제대학 모델과 겸임교수, 공주영상대학 엔터테인먼트과 겸임교수, 국제대학 방송계열 초빙교수, 서울종합예술학교 패션모델학부 전임교수, 대덕대학교 모델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장과 모델연기전공ㆍ예교원 모델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가 몸담은 서경대 모델연기전공ㆍ예교원 모델학전공 학생들은 YG케이플러스, 에스팀, 앨컴퍼니, 가르텐, 제니퍼, 신화사, 에이코닉, 엘삭, 고스트, 몰프 등 국내 유명 기획사 소속의 모델로서 서울패션위크, 패션코드 등 각종 패션쇼와 GQ, VOGUE, ARENA 등 패션 매거진 촬영, SBS 슈퍼모델선발대회, 페이스오브아시아 등 각종 선발대회 수상, 뮤직비디오,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양하게 활약하고 있다.
영화 <새콤달콤> 개봉을 앞둔 배우 장기용, ‘프로듀스101’ 출신의 권현빈, ‘도수코’ 출신의 강초원, SBS슈퍼모델 첫 남자대상에 빛나는 김재범 신한대 교수, 김기범, 이철우, 이호정, 김설희, 이현석, 정용수, 윤정민, 우진경, 문강혁 등 많은 톱모델들을 배출하고 있다.
교수진도 강신 교수 외에도 여고생 신분으로 1994년 SBS 한국 슈퍼모델선발대회 1위를 차지한 주정은 교수, 역시 여고 2년생으로 1997년 SBS 슈퍼엘리트모델선발대회 2위의 김태연 교수 그리고 독특한 연극무대 연출과 스토리 전개가 일품인 주지희 교수 등의 진용을 갖췄다.
모델계는 강신 교수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2010아시아모델상시상식 공로상 수상>, <모델교육최고지도사> <한국 메이크업 페스티벌 어워즈 패션모델상>, <일자리 창출부문 장관상>을 수여했다.
■ 모델계의 백년대계 ‘아시아모델로드’
강신 교수는 모델계의 대선배로서 후배 모델들을 위한 길
'아시아모델로드'에 힘을 보태려 한다.
그토록 힘겨운 생을 지나왔기 때문일까. 강신 교수는 후배 모델들을 위한 길을 준비하려 한다. 양의식 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장이 주창한 ‘아시아모델로드’, 강신 교수는 모델계의 백년대계를 세우려는 이 비전의 변함없는 주춧돌이자 후계자중 한명이다.
“모델은 전통적인 패션과의 콜라보 외에도 화장품ㆍ헤어ㆍ메이크업 같은 뷰티 산업, 안티에이징ㆍ웰빙 산업, 4차산업혁명 시대의 유전체ㆍ3D 바이오 프린팅ㆍ바이오헬스 산업, 6차산업의 농업 밸류체인 등에서 변치 않을 플랫폼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봅니다.”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 오브 아시아 with EDGC’이다. 이 행사는 사단법인 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AMFOCㆍ회장 양의식)와 아시아 25개국 각 패션모델단체ㆍ방송미디어 등이 공동주최하는 15년 전통(*2020년 기준)의 아시아최대엘리트패션모델대전이다.
모델 Bianca Flscher는 페이스 오브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예선대회를 계기로 유럽으로 진출했다. 유럽 메이저 패션위크 무대에 서는 Bianca Flscher(인도네시아), 필리핀 톱모델 Erla Raene Garcia, 마성의 Makmudov (우즈베키스탄), 태국ㆍ홍콩ㆍ말레이시아 톱모델 BOONDAREE (태국), 대세 모델테이너 안재현, 모델돌 주원대 등 명실상부 스타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아시아 각국에 K-팝을 알리고, 한국의 뷰티&패션 브랜드를 알리는 가교역할을 해왔다.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처럼 대한민국의 수많은 브랜드들을 알리는 거대한 플랫폼 역할, 그것이 바로 모델의 변함없는 가치입니다.”
<기사 원문>
MOVIST http://www.movist.com/star3d/view.asp?type=32&id=atc000000002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