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孫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 전국(戰國)시대 병서(兵書) 오자(吳子)에는 군사를 일으키는 다섯 가지 이유가 나온다. 하나는 명예를 다툼이요(爭名), 둘은 이익을 다툼이요(爭利), 셋은 악과 원한이 쌓임이요(積惡), 넷은 내란(內亂)이요, 다섯은 배고픔(因飢)이다. 내란의 역사는 이처럼 유구하다.
요즘 내란은 드물다. 허나 사촌쯤에 해당하는 내홍(內訌)은 흔하다. 적진(敵陣) 앞에서 아군(我軍)끼리 물고 뜯는 게 내홍이다. 중국 문인 양모(楊沫)는 여성 지식인들이 혁명 전사로 다듬어지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 『청춘의 노래(青春之歌)』에서 “반동파들은 우리가 내홍을 일으키는 것을 좋아하지. 우리를 이간질시키기를 원하거든”이라고 썼다. 중국인들은 내홍을 사갈처럼 여겼다.
내홍은 시경(詩經)에도 나온다. 대아(大雅)편 소민(召閔)이다. 소민은 범백(凡伯)이 유왕(幽王)의 실정(失政)을 개탄한 글이다. 소민의 ‘소’는 충직한 신하 소공(召公)을, ‘민’은 민망하다는 민(憫)과 통한다. 소민 같은 충직한 신하가 없음을 한탄한다는 뜻이다. 한탄의 내용을 보자. “천강죄고(天降罪罟), 모적내홍(蟊賊內訌)/하늘에서 죄의 그물을 내리니, 해충이 창궐하듯 내홍이 일었다.” 실정 탓에 하늘이 벌을 내렸으니, 쥐새끼 같은 자들이 몰려들어 전국에서 서로 물고 뜯는 싸움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그 다음은 더 기막히다. “모함하는 자들, 공손함을 모르고/어지러이 나쁜 일을 일삼으나, 그들에게 우리를 다스리게 하네.”
얼핏 봐도 지금의 우리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법은 있을까. 명(明)나라 문인 정약용(鄭若庸)이 지은 『옥결기(玉玦記)』의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창 끝을 돌려 아군을 겨누니 內訌이 겁을 내고 흩어지는구나(反戈驚內訌).”
혼란 수습의 책임은 맞서는 양자 모두에게 있다는 뜻이다. 각자가, 상대를 겨눈 창을 돌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진영을 겨눌 때, 비로소 내홍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앞에 선 상대들은 녹록치 않다. ‘무례(無禮)한 이웃들’은 그렇다 쳐도 ‘무도(無道)한 이웃들’까지 버티고 있으니 버겁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내홍을 멈출 수 없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먼저 창 끝을 내게로 돌리자. 우리 안의 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진세근 서경대 겸임교수 겸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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