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고등교육 ⑩ 외국 교육기관의 영리·비영리
최근 제주도에 중국계 자본에 의한 영리병원 설립이 허가됐다. 이에 대해 ‘영리병원이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과 ‘영리병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의료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사한 문제로 국내에 유치하는 외국 교육기관의 영리·비영리 문제가 있다. 국가에 따라 영리를 허용하거나, 비영리만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경우 외국 교육기관의 영리적 운영은 허용하지 않는다. 제주도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지만, 반드시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 허용하는 영리 운영의 대상도 초·중·고등학교로 제한한다. 그럼 외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영리대학을 허용한다. 이미 그 비중이 20%를 넘는데, 주로 직업교육이나 기술교육 분야에 특화돼 있다. 미국의 경우 영리대학은 주식상장이 가능하다.
싱가포르는 국내대학에 영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대학에 대해서는 영리를 허용한다. 이런 영리대학은 주로 1~3년제 과정에 존재하고, 남는 이익을 기업처럼 가져갈 수 있다. 다만 싱가포르 내 유수 외국대학들은 영리추구보다 대학 자체의 국제적 명성을 높이는데 더 관심이 있다. 따라서 영리를 허용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은 조금 복잡하다. 중국에는 영리성과 비영리성 사립이라는 두 가지 학교유형이 있다. 영리성 사립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지만, 주식시장 상장은 불가능하다. 외국합작대학은 비영리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과실송금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학비사용 상황, 학교운영과 교육질 등을 고려해 엄격한 과실송금 비율을 결정한다.
한편 카타르는 에듀케이션 시티에 입주한 외국대학에 대해 영리대학 운영과 과실송금을 허용한다. 두바이도 국제아카데미 시티와 같은 대학특구에 입주한 대학에 카타르와 마찬가지의 혜택을 준다. 이미 국제아카데미 시티에는 세계 9개국 23개 외국대학이 입주해 있다.
한국의 외국대학 유치는 크게 세 가지 목적을 가질 수 있다. 첫째는 우리대학의 질적 발전 도모를 위해서다. 유수한 외국대학 유치를 통해 선진적 학문과 학교운영기법을 배움으로써 우리 대학의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다. 둘째는 외국대학 유치를 통해 아시아의 교육허브가 되고 이를 통해 외국유학생을 유치하자는 것이다. 셋째는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유학생을 줄여서 교육수지적자를 해소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외국대학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동일한 학위를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외국으로 유학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세 가지 목적은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대학교육의 수월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수준이 글로벌화 되면 저절로 유학생들이 찾아올 것이다. 나가라고 해도 국내에서 공부할 것이다. 한국대학은 당연히 아시아의 교육허브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가 외국 교육기관의 영리성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는 논의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 대학교육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것인가’다. 그 과정에서 외국 교육기관의 영리적 운영이 필요하냐, 아니냐 하는 판단이 나올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교육의 공공성을 뛰어넘는 실사구시적 발전전략도 필요하다. 그 모든 것은 결국 우리대학의 발전 그리고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맞춰져야 한다.
구자억 서경대 대학원장 겸 서경혁신원장
<원문 출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3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