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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은 죽은 자를 찾아 명복을 비는 일이다. 문상(問喪)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조문 대신 조언(吊唁) 혹은 조상(吊丧)이란 표현을 더 많이 쓴다. 弔는 吊의 이체(異體)다. 글자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뜻이란 얘기다.중국의 장례 예절은 주공(周公)이 저술한 『주례(周禮)』에서 확립됐다. 시대에 따라 내용과 격식은 변했지만 핵심은 그대로다. 망자에 대한 존중이다. 

당(唐) 고조와 태종은 국가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법치와 예제(禮制)를 치국방침으로 정했다. 법치를 위해서는 『당률(唐律)』을, 예제를 위해선 『정관신례(貞觀新禮)』를 편찬했다. 후일 당 현종은 『대당개원례(大唐開元禮)』로 이를 집대성했다. 법제와 예제 가운데 가장 엄격한 대목이 장례다. 

중국인들이 망자에 대한 예의를 모든 예의의 근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선사위대(先死为大), 즉 망자를 높이 모시는 정신이다. 망자의 윗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망자 앞에서 절을 올려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 국정 교과서에도 장례에 대해 엄격하게 기술하고 있다. “친구, 선생님, 웃어른 등이 별세했을 때 문상을 가지 않는 것은 더 할 수 없는 결례다. 문상은 엄숙한 의식이다. 침통한 심정으로 엄숙한 표정을 유지해야 한다. 옷차림은 담박하고 수수해야 하며, 언행은 단정하고 침착해야 한다. 망자를 욕 보이는 요설(饒舌)은 절대 금물이다. 이 모두 망자에 대한 불경이요, 유족에 대한 결례가 된다.” 

한 정치인이 떠났다.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조문했다. 그만큼 그가 남긴 족적이 범상치 않다는 얘기다. 

헌데 망자에 대한 불경과 유족에 대한 결례가 여럿 들린다. ‘잔치국수’가 등장하고, 조사(弔詞)를 빌어 망자의 인격을 폄훼(貶毁)하는 말도 돌아다닌다.

망자는 스스로의 목숨으로 스스로를 징계했다. 발뺌하거나 변명하지 않았다. 그러지 못한, 혹은 그러지 못할 인사들은 그의 영령 앞에서 입을 다물어야 옳다. 그게 『주례』의 기본 정신이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겸임교수 

< 원문 출처 >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2858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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