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천하위공(天下爲公)은 공자(孔子)의 철학이다. 천자(天子)가 자식 아닌, 현인(賢人)에게 양위해야 천하가 공평하고 태평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때 나온 인재등용 원칙이 선현여능(選賢與能)이다. 지혜와 능력을 갖춘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춘추전국 말기 경제가 발전하자 이익집단이 형성됐다. 진(秦) 초기 세경세록(世卿世祿) 제도가 도입된 배경이다. 벼슬도 녹봉도 세습됐다. 귀족정치의 출발이다. 위(魏) 조비(曹丕)가 구품중정제(九品中正制)를 실시했지만 진(晉)과 위진남북조 시대를 지나면서 문벌로 등용되는 시대가 열린다.
이민족의 잦은 침략과 중원의 연전연패로 대란이 찾아온다. 결국 607년, 수(隋) 양제는 시험을 치러 인재를 뽑았다. 이게 당(唐)대 과거제도로 정착됐다. 송(宋) 이후에는 과거로만 관리를 뽑았다. 정영(精英) 정치, 즉 선비 정치의 시작이다.
선현여능이 다시 거론된 게 이때부터다. 논어에서 언급된 기임(己任)도 부활한다. 기임은 논어 태백(泰伯)편에 처음 보인다.
증자(曾子)의 말이다.
“선비는 반드시 뜻이 크고 굳세야 한다. 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다. 인(仁)을 자신의 임무로 삼으니(仁以爲己任) 그 임무가 어찌 무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죽어서야 그 일을 그칠 터이니 그 길이 어찌 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천하위공은 출발이 천자(天子)였다. 기임은 관리(官吏)가 대상이다. 악비(岳飛)가 추앙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주희(朱熹)도 북송(北宋)의 정치가 범중엄(范仲淹)을 “평생 기임으로 일관한 인물”이라고 찬양했다.
곧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특정 인물과의 관계를 내세운다면 문벌 정치에 올라타려는 자다. 제일 먼저 솎아내야 할 인물이다. 지혜와 능력도 좋지만 핵심은 역시 기임 아닐까?
먼저 후보들의 행적(行跡)을 꼼꼼하게 살펴 보자. 그 정도의 시간은 내야 유권자 자격이 있다. 그러면 어느 후보가 기임에 가까운 인물인지, 절로 드러날 것이다.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원문출처>
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2535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