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은 다보스포럼의 주제가 될 정도로 글로벌 이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냐’는 기초적인 질문부터 육성 대상과 지원 방법, 정부의 역할론까지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용어만 다를 뿐 그동안 정부는 ‘신성장 동력’이라는 이름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10년 이상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왔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 때문에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우선 전통산업 혹은 굴뚝산업처럼 지원해 왔다는 점이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듯이 창업공간을 지원하고, 투자금을 지원할 때는 담보를 우선으로 삼았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효과가 미미한데도 정부 예산과 조직은 계속 확대돼 왔다는 점이다. 성과 미흡에도 공무원이 징계를 받고 좌천을 당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큰 원인은 정부와 공무원들이 성과보다 연공서열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성과는 평가하기가 어려워 불공정 시비가 많지만 연공서열은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예측 가능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뒤따른다. 성과보다 투입에 따른 산출물을 성과로 혼동하기도 한다.
100억 원을 투입하여 산업단지 부지 조성을 완료하면 그것이 성과이고 최고의 점수를 주고 승진을 시키는 방식이다. 분양이 얼마나 되었는지, 얼마나 적정한 기업을 선정했는지, 분양받은 기업이 활동을 하고 성과를 내는지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인사권자의 관심도 없고, 제도적 평가기준도 없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전봇대 규제’도 없앴고 ‘푸드 트럭’도 제도화했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푸드 트럭은 보기 어렵고 전봇대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 시점에 서류 보고만 받을 뿐 사후 성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무원과 정부의 평가체계를 성과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4차 산업혁명이 제 궤도에 오를 수 있는지, 고용과 부가가치가 증대되는지에 초점을 맞춰 일하는 목표가 전환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평가 기준에 중요한 요소는 상사의 의중이나 서열이 아니라 철저히 현장, 고객의 의견이어야 한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 교수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70321/834188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