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까지만 해도 하이난(海南)은 중국 남단의 한갓진 섬나라에 불과했다. 화산 지대여서 온천이 풍부한 게 유일한 장점이었다. 평지가 많고 물가가 싼 덕분에 골프장이 곳곳에 들어섰다. 골프장과 온천이 있는 곳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환락가다. 하이난은 거의 '공인된' 환락 지역으로 변했다.
[출처:셔터스톡]
사우디 왕족들이 쾌락을 찾아 밀려든다는 바레인에 빗대 '중국의 바레인'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오죽하면 하이난다오를 '海南島'가 아닌 害男島', 즉 '남자를 해치는 섬'이라고 부르는 유머가 유행했을까.
그 해 4월1일, 반전이 일어났다. 하이난에 전 세계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한 사고가 이유였다. 24명의 승무원을 태운 미 해군 EP-3 에어리스 정찰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첩보활동을 벌이다 이를 요격하기 위해 출동한 중국의 F-8 전투기와 충돌한 후 하이난다오 남단 산야(三亚) 동북쪽 링수이(陵水) 공군 기지에 비상 착륙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보다 결정적인 사건은 2002년 4월에 시작됐다. 중국판 다보스 포럼인 보아오(博鳌) 포럼이 이곳에서 열렸다. 포럼에는 국가 주석 혹은 총리가 반드시 참석했다. 하이난 동해안 중간 지대에 위치한 외진 어촌 보아보가 일약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보아오라는 이름은 '물고기가 많고 살지다'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보아오는 지금 '살진 도시'로 변신했다. 본격 개발의 시동은 2010년에 와서야 걸렸다. '하이난다오 국제관광섬' 계획이 국무원 비준을 받았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올해 시작됐다. 하이난 전체를 거대한 놀이 동산으로 바꾸는 거대한 작업이다. 국가 차원의 대단위 프로젝트다. 역동하는 하이난을 직접 찾아가 보자.
"용광로 같았다"
중국 매체들은 5월 초의 하이난 모습을 이 한 마디로 정의했다. 섬 전체가 에너지로 펄펄 끓는 듯 하다는 얘기다. 우선 '인재 1백만 명 하이난 입도(入島) 계획'을 보자. 중국 전역은 물론 저 세계 인재 1백만 명을 하이난으로 유치하겠다는 초대규모 플랜이다. 가장 먼저 손댄 프로젝트가 무비자 입국 대상국의 확대다. 5월 1일부터 무비자 대상국을 기존 26개 나라에서 59개 나라로 2배 이상 늘렸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빠른 시간 내에 하이난다오 전체를 '무비자, 자유무역 특구'로 개조할 계획이다. 그러니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고위 공무원 차이융(蔡勇)은 "하루를 사흘로 늘여서 산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뛰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닭 피를 맞은 것처럼' 전혀 피로를 못 느낀다고 했다. '닭 피를 맞다'는 말은 과거 의료 수준이 낮았던 시절, 기력 회복을 위해 닭 피를 수혈했던 민간 요법에서 유래된 말이다. 수많은 부작용 탓에 지금은 금지된 요법이지만 언어 안에는 아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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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 성 정부는 11개의 당정 시찰단을 조직해 전국 11개 자유 무역구에 파견했다. 앞선 노하우를 체득하기 위한 속성 전략이다. 더욱 놀라운 모습이 있다. 중앙 정부 49개 부처 혹은 부문이 모두 하이난다오에 내려와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국가 전체가 나서서 하이난의 환골과 탈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하이난 정부도 죽을 맛이다. "살 한 꺼풀 벗겨내는 심정으로 뛰고 있다"는 한 공무원의 말이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다. 재정, 교통, 공업, 교육 등 전 방위에 걸쳐 각자 계획을 짜고 몸으로 뛰고 있는 형편이다. 자연 혁신안이 한 둘이 아니다. ^면세한도액 상향(5천 위안→1만 6천 위안→5만 위안)^하이난 대학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개편^여객운송 개혁^신세대 에너지 차량 운행^해상운동 확대 등 굵직굵직한 것들이 즐비하다. 특히 면세 한도 5만 위안 확대는 전국적으로도 전례 없는 파격이다. 중앙 정부가 얼마나 하이난 개발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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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놀이 중심의 관광문화 창설이다. 하이난섬 전체를 거대한 놀이 동산으로 바꾸는 것이나 진배 없기 때문이다.
첫째, 국제관광소비센터 건설이다. 하이난 현대관리연구소의 왕이우(王毅武) 원장은 "그냥 단손한 국제쇼핑센터가 아니다. 쇼핑과 놀이가 결합된, 새로운 문화센터를 창조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구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둘째, 크루즈 산업 창설이다. 중국 유일의 크루즈 전용항을 섬 남단 산야(三亚) 부근 평황다오(凤凰岛)에 건설한다. 현재 2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완공 되면 연간 이용자 수가 연인원 200만 명을 가볍게 넘어설 전망이다.
셋째, 경마 사업이다. 중국 최대의 경제특구라는 위상에 걸 맞는 시도다. 현재 세계 최대의 경마 시장은 홍콩이다. 하이난은 홍콩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의 경마시장을 목표로 잡았다. 그 탓에 홍콩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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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하이난 루이쩌(瑞泽) 회사와 신장 한혈마(新疆 汗血马) 문화산업 유한책임공사가 공동 출자해 산야 부근에 마술(馬術)체육경마공원을 건립하고 말(馬)문화 박물관과 말문화관광특구도 조성한다. 하이난의 농공·무역 전문회사인 뤄뉴산(罗牛山)은 광저우이마(广州一马)와 손잡고 북단 하이코우(海口)시에 뤄뉴산 국제말문화산업랜드를 조성키로 했다. 단순히 경마 공원을 꾸미는 데서 벗어나 말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하는, 말문화 종합타운을 건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말 문화산업에 참여 제한은 없다. 중국 내 다른 지역의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의 참여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옛말에 '시세를 관찰하는 자는 지혜롭고, 대세를 제어하는 자는 승리한다(察势者智 驭势者赢)'는 말이 있다.
"대담하게 시도하고, 대담하게 부딪히고, 자주적으로 바꾼다(大胆试 大胆闯 自主改)"
하이난다오 공무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이런 정신이라면 능히 시세를 관찰하고 대세를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일 공산이 크다. 세계가 하이난다오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문 출처>
차이나랩 https://m.blog.naver.com/china_lab/221276993685